사도 바울이 자신의 신분을 미리 말하지 않은 이유 - 사도행전 16장
신약
사도행전
성경묵상
빌립보에서 바울은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에게서 귀신을 쫓아 낸다.
이로 인해 수익이 끊어진 여종의 주인들은 바울과 실라를 고발하여 매질과 옥살이를 하게 만든다.
나중에 풀려날 때쯤 바울은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밝혀 자기를 가둔 이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이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바울은 왜 사전에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 전에 먼저 빌립보에서의 바울 일행의 행적을 살펴 보자.
사도 바울이 빌립보에서 행한 일
두아디라 시에 있는 자색 옷감 장사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루디아라 하는 한 여자가 말을 듣고 있을 때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지라 (행16:14)우리가 기도하는 곳에 가다가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 하나를 만나니 점으로 그 주인들에게 큰 이익을 주는 자라 그가 바울과 우리를 따라와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들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구원의 길을 너희에게 전하는 자라 하며 이같이 여러 날을 하는지라 바울이 심히 괴로워하여 돌이켜 그 귀신에게 이르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에게서 나오라 하니 귀신이 즉시 나오니라 (행16:16-18)
사도 바울은 루디아와 그의 집안 식구들을 전도하였으며 계속해서 복음을 전했다.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이 바울 일행을 계속 따라와 소리 질러 괴롭게 하자 바울은 여종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버린다.
수익원을 잃어버린 이들은 화가 단단히 나서 바울 일행을 잡아 상관들 앞에 끌고 가기에 이른다.
매 맞고 감옥에 갇힌 바울 일행
무리가 일제히 일어나 고발하니 상관들이 옷을 찢어 벗기고 매로 치라 하여 많이 친 후에 옥에 가두고 간수에게 명하여 든든히 지키라 하니 그가 이러한 명령을 받아 그들을 깊은 옥에 가두고 그 발을 차꼬에 든든히 채웠더니 (행16:22-24)
귀신을 쫓은 일로 인해 미움을 사서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게 된 바울 일행. 두 발은 차꼬에 채워져 단단히 묶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다른 죄수들이 들리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송하는 바울과 실라.
갑자기 지진이 나서 옥문이 다 열리고 매인 것들이 다 벗겨지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죽으려던 간수에게 생명의 복음을 불어 넣다
간수가 자다가 깨어 옥문들이 열린 것을 보고 죄수들이 도망한 줄 생각하고 칼을 빼어 자결하려 하거늘 (행16:27)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고 주의 말씀을 그 사람과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더라 그 밤 그 시각에 간수가 그들을 데려다가 그 맞은 자리를 씻어 주고 자기와 그 온 가족이 다 세례를 받은 후 그들을 데리고 자기 집에 올라가서 음식을 차려 주고 그와 온 집안이 하나님을 믿으므로 크게 기뻐하니라 (행16:31-34)
옥문이 열린 걸 보고 자결하려 했던 것을 보면 간수는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바울이 크게 소리 질러 간수를 저지하고 복음을 전한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이를 듣고 그와 그의 가족들이 전부 세례를 받고 바울과 실라를 정성스레 대접한다.
아침이 되었고 상관들은 바울 일행을 풀어 주라 명하는데...
바울의 로마 시민권이 가진 힘
바울이 이르되 로마 사람인 우리를 죄도 정하지 아니하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가만히 내보내고자 하느냐 아니라 그들이 친히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 한대 부하들이 이 말을 상관들에게 보고하니 그들이 로마 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와서 권하여 데리고 나가 그 성에서 떠나기를 청하니 (행16:37-39)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매질하고 가두던 상관들을 벌벌 떨게 만들 정도로 바울이 가진 로마 시민권의 힘은 막강했다.
바울에게 로마 시민권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상관들은 직접 와서 바울을 배웅하기에 이른다.
이정도로 막강한 로마 시민권인데, 왜 바울은 매 맞고 감옥에 갇히기 전에 이 얘기를 미리 하지 않았던 것일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한 바울의 정면돌파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 (행16:9-10)
마게도냐 지방은 데살로니가, 베뢰아, 그리고 오늘의 주요 무대인 빌립보가 속한 지역이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환상을 통해 빌립보로 인도하셨음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복음 때문에 찾아온 고난을 피하려 하지 아니하고 예수님처럼 기꺼이 감내하며 정면돌파했다.
그러고 나니 옥문이 열리고 차꼬가 풀리는 놀라운 인도하심을 경험하게 되었고, 간수와 그 가족을 만나 복음을 전하여 그들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신분을 밝힌 이유
성경에 직접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다음 전도자들을 배려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면 큰 코 다친다. 나처럼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으니 예의를 갖춰라.
바울의 이러한 배려는 이 지역의 전도자들이 조금은 더 수월하게 복음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능력이나 권력은 나보다 타인을 위해서 발휘될 때 좀 더 멋지기 마련이다.